제 2 장 살의와 미의 추상
“아름답다, 라.” 살롱에 올라가면서 레아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아니, 이제 그런 말은 할 수 없어. 지금은 얼굴에 흰 수건을 씌우지 않으면 안 되고, 하의나 입을 옷은 엷은 장밋빛으로 하지 않으면 안돼. 아름답다, 라……. 뭐, 그런 건 이제 중요치 않은 걸, 이제…….”
1
소년들이 게임을 하고 있는 통로에 간호사가 두 사람 다가왔다. 심판은 없었지만, 게임은 자연스럽게 중단됐다. 한쪽 편의 골이었던 통로 가장자리의 문을 간호사 한 사람이 열려고 한다. 또 한사람은 양손에 골판지로 만든 상자를 들고 있었다. 약품이 들어 있는 상자 같았다.
“열리질 않아요.”
“어, 왜 그러지?”
한사람이 문을 노크한다. 짐을 갖고 있는 간호사는 돌아보고, 소년들에게 의미 없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러나 방에서는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벌써 한 시간 이상 전부터 소년들은 그 자리에서 놀고 있었다. 나도, 그리고 시키도 그들과 어울려 게임을 보고 있었다. 이 문안에 들어간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시각은 아침 아홉 시였다.
“골치 아프네.” 간호사가 투덜거린다. “누가 안에서 자고 있는 건가?”
또 한번, 문을 두드린다. 계단을 올라온 흰옷의 남성이 그녀들 가까이에 다가왔다.
“웬 소란이야?” 남자는 묻는다. 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자주 보는 얼굴이다. 입고 있는 옷에서 의사란 걸 알 수 있다. 나는 이름을 모른다.
“아뇨, 선생님. 아무 것도 아니에요. 그저, 방문이 열리지 않을 뿐이에요. 괜찮습니다, 열쇠를 가져오면…….”
“열쇠?” 짐을 든 간호사가 말했다. “그런 게 어디 있는데?”
“부장님께 물어보고 올게. 기다려.”
간호사 한명이 계단 쪽으로 달려갔다. 수염을 기른 의사도 통로 반대쪽으로 걸어온다. 도중에 우리들에게 미소를 보냈다.
소년 네 명은 자연스럽게 우리들 두 사람이 있는 자리로 모였다. 통로 가장자리에 혼자 남아 있는 간호사는 지금은 발밑에 골판지 상자를 내려놓고, 허리에 손을 올리고 있다. 이쪽을 보고 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외엔 아무도 없다.
이 통로에는 병실은 접해 있지 않다. 창고로 쓰이는 방, 급탕실. 직원용 숙직실 등이 늘어서 있다. 또 한편에는 뜰에 접한 창이 높은 위치에 있다. 유리에는 물방울이 무수히 붙어 있고, 때때로 몇 개인가가 바람에 움직였다. 갑자기 움직이려 할 때면 놀라고는 한다.
“거긴 무슨 방?” 시키가 물었다. 물론 나는 그걸 모른다.
“음, 그러니까……, 그러니까…….” 가장 키가 작은 소년이 더듬거린다.
“너 알아?” 리더 격인 소년이 물었다.
“있어, 들어가 본 적.” 그는 턱을 들고, 그리고 시키의 얼굴을 잠시 동안만 보았다. “침대가 있고, 책상이 있고, 또 상자가 가득 있고…….”
“그래서 무슨 방이라는 건데.”
“됐어, 이제 알았어.” 그녀가 저지했다.
간호사가 계단을 뛰어올라 돌아왔다. 노란 플라스틱 플레이트에 산더미처럼 열쇠가 매달려 있는 그것을 한손에 들고 짤랑이고 있었다.
“누가 잠갔을까?” 기다리고 있던 간호사가 상자를 들어올리면서 물었다. “매번 잠그기로 돼 있니?”
“몰라.” 그렇게 대답하면서 문의 자물쇠를 벗긴다.
그녀가 문을 열고, 짐을 든 간호사를 먼저 들여보냈다.
그 직후에 소리가 났다.
먼저 들어간 간호사가 뒤로 물러나, 입구에 서 있던 또 한사람에게 부딪쳤던 모양이다.
소리가 되지 않는 소리.
들고 있던 상자를 당황한 동작으로 입구 바닥에 둔다.
두 사람은 다시 방안에 들어갔다.
정적.
소년들은 그쪽을 응시하고 있다. 언제가 되면 구슬 게임을 재개할 수 있을지 그것이 그들의 관심사였지만, 조금씩 그 자리의 이상함을 알아차리기 시작한 모양이다.
우선 한번 문이 닫혔다.
……고 생각하자, 이내 한사람이 나왔다. 명백하게 곤혹스런 표정, 그리고 당황하고 있다. 이쪽을 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계단을 내려갔다.
다음으로 다른 한사람도 나왔다. 짐을 들고 있던 쪽의 간호사다. 주위를 힐끗거리며 둘러본다. 우리가 있는 자리는 15미터 정도 떨어져 있었다. 그녀는 뒤로 손을 돌려 문을 닫고, 소년들에게 절반 정도의 거리까지 접근했다. 어째서 절반인가. 그 문에서 떨어지고 싶지 않은, 그러나 실제로는 떨어지고 싶은 그런 주저가 느껴졌다.
“저기, 미안한데. 어디 다른 데 가서 놀지 않을래? 여긴 좀 곤란해서.”
“왜요?”
“미안해……. 그러니까, 저편에서, 내려가서……. 그렇구나, 로비에서 놀면 어때?”
“로비는 모두한테 방해가 되니까 안 된다고 했잖아요.”
“어쨌든 말하면 좀 들어, 부탁이니까.”
그런 대화가 있었다. 소년들은 통로를 걸어갔다. 문제의 방에서 떨어진 방향으로. 우산꽂이 위에 앉아 있던 시키도 나도 거기서 내려왔다.
이제 간호사는 문이 있는 곳까지 돌아와 있다. 그 앞에 혼자 서 있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소년들은 통로 가장자리까지 가서, 그 모퉁이에서 우리 두 사람을 봤다. 하지만 금세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쪽 편에도 계단이 있어 뚫린 로비로 내려갈 수 있다.
나도 잠자코 그쪽으로 가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키는 움직이지 않았다.
“왜 그래?” 나는 그녀에게 묻는다.
“여기 있으면 안 될 이유가 없어요.”
명쾌한 대답이다.
한동안 아무도 오지 않는다.
문 앞에 간호사가 숨을 크게 몰아쉬고 몇 번이나 한숨을 토한다. 때때로 이쪽을 보지만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시키는 그녀 쪽으로 다가갔다.
“방 안에 뭐가 있어요?” 시키가 질문한다.
“어어…… 저, 미안해요. 나중에 부장선생님에게 듣지 않을래요?” 간호사는 정중하게 대답했다.
“보면 안돼요?”
“안돼요. 그런 짓을 하면 제가 야단맞아요.”
“누구한테?”
“미안해요. 부탁이니 무리한 얘길 하지 말아 주세요.”
“누가 죽어 있었나요? 누구죠?”
간호사가 눈을 크게 뜬다.
머리가 짧고 야윈 여성이다. 아직 젊다. 그 간호사의 이름을 나는 몰랐다. 말이 잘 나오지 않는 상태인데다 노려보는 듯한 눈을 하고서는 무리해서 웃으려는 입 모양이 언밸런스했다. 그야말로 아이가 그린 그림처럼.
“어떻게…….” 간호사는 입가에 손을 갖다댔다.
“누구에요?” 시키는 그녀를 올려다보고 있다. 차가운 말투다.
“사카모토 상.” 간호사는 그렇게 답하고는 짧게 숨을 토해내더니 눈에서 눈물을 떨어뜨렸다. “어째서 이런 일을…….”
“결국 살해당했다는 거군요?”
“제발, 더는…….” 얼굴을 빨갛게 하고 간호사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보면 안돼요? 나, 죽어 있는 인간을 한번도 본 적이 없어요. 꼭 보고 싶어.”
“안됩니다!”
“왜 그렇게 흥분하는 거죠?”
“부탁이니까…….” 간호사는 울먹였다.
계단을 올라오는 몇 사람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만 가자.” 나는 시키에게 말했다. “시체 따위 봐봤자 마찬가지야.”
“뭐하고?”
“살아 있는 인간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적어도 동물은 모두 그렇잖아? 죽은 직후엔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아.”
“틀린 말이야.”
“틀린 말 아냐. 어쨌든 가자.”
우리는 걷기 시작했다. 어른들이 계단을 올라와서다. 원장은 없었지만, 시키의 숙모인 부장의 모습이 있었다. 뒤에는 젊은 의사가 한 사람, 간호사가 세 사람. 뒤쳐져 있는 사무직원이 한 사람.
통로의 반대편을 향해 우리는 똑바로 걷는다. 중간에 구슬이 떨어져 있었다. 소년들이 놓고 간 것이다. 시키가 그것을 주워 올렸다.
“이상하네.” 그녀가 읊조린다.
“살해당했는데 문에 열쇠가 걸려 있던 거?”
“아뇨.”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시체 따윈 이미 눈에 익어 있을 텐데 어째서 저렇게 난리들일까.”
“그건, 즉……, 동료라서 그래.”
“그깟 이유로?”
“또……, 그래, 예기치 못한, 갑작스런 죽음이었기 때문이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는 이유?”
“아마도.” 나는 끄덕였다.
“어째서 그 정도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을까.” 시키는 말했다. “사람은 언젠간 반드시 죽는 건데.”
2
나는 투명인간이므로 때때로 그것을 이용한다. 붕대를 풀고 나체로 방밖으로 나가는 일이 있다.
누구에게도 나는 보이지 않는다.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는 상태로 좋아하는 장소에 간다든지, 무엇이든 몰래 관찰하는 일이 가능하다. 물론 그럴 필요가 생기는 일은 거의 없다. 모습을 숨기지 않아도 대부분 어디에나 갈 수 있었고 상대에게 들키지 않도록 몸을 숨기는 일도 가능하니까.
하지만 예를 들어 비밀스런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에게 접근하는 건 모습을 보인 상태에서는 불가능하다. 금세 이야기를 그만둬 버리므로. 그런 장면과 마주하면 대체 무슨 얘길 하고 있었기에, 하고 알고 싶어진다. 혹시 내 뒷담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지. 어쨌든지 간에 이쪽을 노려보는 눈들은 그런 싫은 느낌이었다. 그런 일은 누구에게도 있지 않은가.
그곳은 내가 좋아하는 방의 하나였다.
내 병실에서부터 계단을 내려가면 인기 없는 통로 앞, 계단에 가까운 코너에 그 방이 있다. 언제나 문은 잠겨져 있지 않고 안에는 아무도 없다.